2014년 4월 13일은 똘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날이다.

엄마가 잠든 새벽에 똘이는 조용히 떠났다.

벌써 3년하고도 4개월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똘이에게 미안하다.

 

똘이는 나의 첫번째 반려견이다.

예전에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시절에 마당에 묶어키운 강아지가 똘똘이가 있었는데, 똘똘이가 들으면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사라진 똘똘이는 엄마가 다른집에 보냈다고 했고, 그때만 해도 그게 어떤의미진지 전혀 몰랐었다. 똘똘이는 그렇게 잊혀졌는데 지금 생각하니 많이 미안하다.

정정하면 똘이는 내가 처음으로 책임감을 갖고 키운 첫 반려견이다.

 

딸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에 바빠졌을때, 엄마는 외로움도 많이 타고 신경질도 늘어갔다. 손주가 생기거나 다른일에 신경쓰면 좀 좋아지지 않을까해서 '강아지를 한마리 데려오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회사지인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야기인즉슨 남자친구가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손님이 예쁜 강아지를 맡겨 놓고는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것이다. 예쁘고 착한 아이라서 데려다 키우면 아주 좋을 것 같다고 아주 적극적으로 말했다. 동물병원에서 보내는 것이니까 중성화도 다 시켜줄것이고, 예방접종도 다 해서 보낼거니까 걱정말라고 했다. 얼떨결에 일이 추진되었고, 어느주말에 강아지는 우리집에, 나의 품에 덜컥 안겨지게 되었다.

 

똘이는 아주 작고 하얀, 눈이 똘망똘망하고 다리가 긴 말티즈였다. 귀에 노란 염색을 하고 왔는데, 이쁘게 보이라고 지인이 염색을 해줬단다. 만지면 부러질것 같은 작은 강아지는 몸무게 1.8kg의 태어난지 1년이 조금 넘은 강아지라고 했다. 치료를 맡기고 찾아가지를 않아서 여러번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안되었고, 그상태로 병원에서 몇달을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즉 똘이는 유기견이었고 나는 유기견을 입양한 것인데 그때는 그런 개념도 몰랐다. 원래주인이 성대수술까지 해버린 것을 보면, 반려견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물론 그때는 그것도 잘 몰랐다)요 작고 예쁜 강아지를 본 식구들은 모두 신기해 했지만, 정작 엄마는 관심이 없었고 귀찮아 하시는듯 했다.

집안에서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는 우리는 지인이 잠깐 해준 교육 내용이 전부였다. 쉬를 가리는 교육을 시키고 사료를 사서 하루 2번 밥을 주고, 밥과 함께 물그릇을 준비해두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애견샴푸로 목욕을 시켜줄것 등이었다. 처음 쓸 제품들은 지인이 강아지가 올때 같이 챙겨보내줬다.

 

이름을 뭐라고 할까? 멋진 이름을 짓기 위해 고심하다가 결정하지 못하고, 임시로 똘이로 부르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예쁜이름을 짓지 못한체 똘이는 똘이가 되고 말았다. 똘이는 배변을 가리지 못했다. 그때는 그냥 혼내야하는 줄 알고 무조건 혼냈다. 그로인한 엄마의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갔고 나의 마음은 급해졌다. 일주일이 지나도 해결이 안되었고, 나는 똘이를 다시 보내야 하나?라는 아주 나쁜 생각(그때는 나쁜 생각인줄도 몰랐다는 ㅠㅠ)을 했다. 그런데 기적같이 그 다음날부터 배변을 가리기 시작했다. 똘이가 나의 마음을 읽었나보다. 지금도 미안하다.

엄마는 기본적으로 잔정이 없는 사람인데다가, 강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타입인것을 몰랐다. 똘이를 데려온 책임감 때문에 그나마 똘이에게 신경을 쓰고 밥을 챙겨주는 나를, 똘이는 엄마로 정한 것 같다.

회사 초년생인 나는 일찍나가서 늦게 들어왔는데, 똘이는 나를 언제나 기다린것 같다.  2002년도에는 지방에 1년간 파견근무를 나가있었는데, 주말에 가끔 집에 오면 잠만자고 놀러가가기 바빴다. 똘이는 일주일 내내 나를 기다렸을텐데, 잠깐 왔다가 가버리는 나를 보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후에 나는 집에서 독립을 하게 되었는데, 똘이를 데리고 가야할지 고민스러웠다.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집에 거의 대부분 혼자있어야 할 똘이를 생각하면 부모님 댁에서 부모님과 같이 있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내가 1,2주마다 보러 보면 되니까라고 내 멋대로 결정했다. 주말에 부모님댁에 가면, 멀리서 오는 소리에도 똘이는 문앞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집에 들어서면 반가워서 날뛰는 똘이를 잠깐 안아주고, 가족들과 식사를 하거나 다시 놀러나갔다. 똘이는 내가 늦게 들어오면 꼭 내옆에 자리를 잡고 잠이 들었다.  혼자있는 시간이 길더라도 내가 데리고 살았으면 똘이가 좀 덜 외롭지 않았을까? 똘이가 우리집에 있었으면 내가 좀더 일찍 들어오고 신경쓰지 않았을까?하는 후회가 들었다. 후회느니 되돌릴수 없을때 꼭 하게 된다.

 

 

부모님댁은 마당이 있는 2층 집이라서, 똘이는 문을 열어주면 계단을 폴짝폴짝 뛰어내려가 마당에 나가서 놀곤 했다. 햇빛을 좋아해서 볕이 드는 곳에 앉아있곤 했다. 산책은 마당에서 하면 되는줄 알았다. 아파트가 아니라서 밖에 나가면 차도 많고 불편해서 산책을 거의 시켜주지 않았다. 어쩌다가 밖에 나가게 되면 냄새도 맡고 마킹도 하곤 했는데, 그것이 강아지들의 당연한 활동인줄도 모르고 줄을 당기면서 오라고 다그친 기억이...ㅠㅠ

예방접종을 시켜야하는 지도 모르고, 사료만 먹여야하는줄 알고 사료 먹이면서 가끔 캔과 간식만을 준  그런 무식한 보호자를 두고서도 똘이는 발랄하고 건강하게 나이를 먹어갔다. 칫솔질을 제대로 안해줘서 스케일링도 하고, 간혹 탈이 나서 병원을 가기도 했지만, 집안에서도 많이 움직이고 밥을 자율급식해도 늘 소식만 하는 똘이는 누구보다 건강했다.

그렇지만 나이는 어쩔 수 없나보다. 그보다 사람보다 일곱배 빨리 나이들어가는 반려견을 이해못한채 15년동안 똑같은 방식으로 키운 보호자를 둔 똘이는 조금씩 병들어 갔는데 나와 우리 가족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내가 부모님댁에 들어가기도 전에 문앞에서 기다리던 똘이는 내가 집에 들어가도 눈치채지 못했다. 목욕을 시킬때 많이 마른 똘이의 몸을 만지면서, 더워서 그런가?라는 무심한 생각을 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마당산책을 안하고 햇볕드는 현관근처에 있는 똘이를 보고선 계단이 버거워서 못 내려 간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2014년 1월 주말 어느날, 부모님댁에서 똘이를 목욕시키고, 목욕 후에 늘 주던 간식 캔을 주고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캔을 반도 안먹고 자기 집으로 들어간  똘이를 보고 입맛이 없나보다 생각하면서 집을 나섰다. 새로운 자격증을 따기위해서 등록한 학원에서 수업을 한참 듣다가 문뜩 똘이가 맘에 걸렸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똘이가 밥을 잘 먹는지 물어봤는데, 평상시랑 다르지 않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근처 사는 언니에게 똘이 밥을 좀 불려서 우유에 말아줘보라고 부탁했다.이가 부실한 똘이가 잘 먹는다는 언니의 말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똘이의 상태를 본 당직의사가 심상치 않으니 제대로 검사를 해야하는데 주말이니까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단다.

다음날 오후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똘이는 입원을 했고, 상태가 매우 심각해서 산소실에 들어가있다고.

 

병원에 달려갔을때 똘이는 산소케이지에 수액줄을 달고 누워있다가 나를 보고 일어나려고 낑낑댔다.

신장도 거의 망가지고, 심장도 좋지 않다고 한다.

의사가 이것저것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내 마음에 박힌 한마디는 길어야 2-3개월 살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냥 엉엉 울었다.

너무너무 미안해서 그냥 울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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